공정이 우리 시대가 지향해야 할 중심적인 사회윤리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정과 관련된 새로운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현상적으로는 공정이 적용되는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 근저에 공정 개념의 불투명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과 정의, 평등, 공평의 의미를 상호 구분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거기에 자신의 주관적인 윤리적 견해를 투영함으로써 이러한 애매모호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현재 공정의 의미와 관련하여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능력주의 문제 또한 일정 정도 이러한 주관적 투영에 기인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공정과 관련된 이러한 혼란은 그 근원이 실천적일 뿐 아니라 이론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면이 있다. 공정과 정의, 평등, 공평의 혼용은 일상적 맥락에서 뿐 아니라 학술적 맥락에서도 매한가지이다. 거기에다 학술적 맥락에서 공정은 종종 다른 유사 개념들의 정의항으로 사용된다. 단적으로 특정한 정의관이나 능력주의 등이 공정 개념에 의해서 정당화되지만 정작 그러한 공정이 무엇인지는 명료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의관이나 능력주의에 대한 정당화는 그만두고라도 공정 개념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당화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의식하에서 이 글은 공정의 본질적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