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융 심리학의 인간학적 함의에 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융 심리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인간의 본성과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탐구하는 철학적 인간학의 전통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융은 인간의 마음을 단지 물리적 과정으로 환원시키는 철학적 경향을 거부하고, 자기를 실현해 가는 유기체적 존재로 간주하였으며, 데카르트적 이원론과 사상적 구획주의를 지양하고, 이원론적인 대극 관계를 전일적인 관점에서 탐구하였다. 융의 인간관은 종교적인 인간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근대인이 신화와 상징을 상실함으로써 삶의 무목적성과 인간소외로 고통하게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적인 인간상의 회복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종교적인 인간상의 회복은 특정 종교에 귀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화와 상징이 담긴 예술 활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융에 의하면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그림자, 페르조나와 아니마·아니무스는 상호 대극관계에 있지만 대극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정신은 그 전일성과 총체성을 구현할 수 있다. 대극의 조화는 융 심리학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개성화 과정의 첫 단계로서 그림자의 자각은 인내와 겸손을 요구하는 도덕적인 작업이다. 두 번째 단계인 아니마·아니무스의 분화와 통합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 즉 양성성을 균형있게 계발하는 작업이다. 세 번째 단계인 자기의 인식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의 물음이 아니라 원래 내가 무엇이었는가의 물음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여기서 자기는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