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은 이 땅에서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절부터 천주교 신앙을 지켜온 유서 깊은 신앙가문의 후손이다. 김수환이 천주교 신부로 사제서품을 받은 시기는 한국전쟁으로 우리 민족의 고통이 극에 달해 있던 바로 그 때이었다. 일본과 독일에서 유학한 그는 그리스도교 사회론을 전공하였다. 김수환은 1987년 이전에는 주로 인권회복과 정의구현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정치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1987년 이후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인간이 되기까지 자신을 최대한 낮춘 하느님의 모습을 본받아 나 자신부터 평화(shalom)를 실천하고, 이 세상에 실현시키려는 것이 김수환이 평생 간직하였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김수환은 평화 이론가라기보다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용기 있는 모범을 보여준 실천가였다. 김수환의 평화 개념은 하느님의 [인간사랑이라는] 뜻이 온전히 실현된 상태에 해당한다. 김수환은 스스로가 본보기를 보였듯이, 이러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상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김수환은 교회의 공식문헌을 인용하면서, 소극적 평화인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서서 정의의 실현으로써 이룩되는 적극적 평화 개념을 소개하며 그 실천 방안을 구체적인 사회적 맥락을 통하여 제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김수환이 실천한 평화감행의 여정은 특정 종교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서, 보편적 인간과 사회 전반에 걸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김수환이 참 평화의 구체적 내용으로 강조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생명의 소중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