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서양화과, 2014. 2. 김춘수.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리의 삶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우주적 질서(cosmos)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예술가는 내재적 관념의 표상인 작업으로 새로운 질서를 이 세상에 드러내 놓는다. 나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근원적인 관점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작업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에 주목한다. 여기서 과정이라 함은 작업의 형식을 이루는 물질(질료)의 재배열과 작업의 내용을 이루는 기억(경험)의 재배열을 지칭한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예술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예술관의 개념과 상통한다. 나의 작업은 물질과 기억의 재배열 및 파편화를 통해 작업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보려는 시도이며, 나를 나이게 하는 과거의 기억들을 환기하고,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나의 예술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정된 질료(質料)를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재배열(再配列) 하는 것 으로 압축된다. 어떤 질료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위해, 배열 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가 곧 그 작업의 전부이다. 작업이란 각각 개별적으로 무관계 속에 방치된 파편들이 작가의 의도에 의해 재배열되어, 유기적인 구조를 지니며 새로운 질서 위에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지점에 존재한다. 물질의 재배열을 주제로 한 작업들은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탈부착이 가능한 유리병을 이용하였다. 유리병 작업(혼합매체)과 더불어 유화작업을 연작으로 구성하여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