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학』에서 비극에 대한 정의와 성격규정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그의 『시학』에 의하면 비극의 모방의 대상은 행동이고, 이 모방되어진 행동을 플롯이라고 하며, 이 플롯의 주체인 인간의 면면을 규정짓는 것이 바로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 플롯과 성격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비극의 두 가지 주된 요소이다. 그리고 16-17세기 서구에서 시작된 신고전주의는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대변되는 고전주의에 대한 철저한 모방과 준수를 주된 미학적 정체성으로 삼으며 탄생한 문예사조이다. 그런데 이 신고전주의에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지나치게 외형적인 고전주의 법칙에만 몰입한 나머지 고전주의 법칙의 본질에 대한 오해나 지극히 자기 편의적 해석이 만연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한편 18세기 스페인의 극작가 우에르따의 비극 『라껠』은 이러한 신고전주의적 비극의 특징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어져왔는데, 삼단일성의 원칙 준수, 비극적 인물의 배제, 장중한 11음절의 작시법 구사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나타나는 고전적 법칙들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리스적 비극의 본질적인 성격이나 주제 등과 관련해서 자세히 작품을 살펴보면 『라껠』에도 역시 명백한 비(非)아리스토텔레스적 요소들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고, 이를 통해서 고전주의법칙의 준수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를 감지하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