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퀴나스는 정치를 아담의 타락으로 빚어진 원죄(原罪)의 부산물 로 이해한 어거스틴과 달리, 정치란 태초부터 원죄와 무관하게 인간 사회 에 존재해 평화적 사회 질서 유지를 도모함으로써 각 개인 삶의 궁극적 목표 성취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에게 정치는 어거스틴의 주장처럼 인간의 악이 낳았으되 인간의 악을 통제하기 위해 부득이 등장한 인간 악 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차별적 재능이 낳은 것으로서 개 별적 인간 삶의 목표 성취를 위한 하나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 다. 이것은 현대적 관점에서는 비민주적일 수 있으나 중세 당시의 견지에 서는 새롭게 비추어질 수 있는 민주적 정치사상의 근거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신(神)과 사람 앞에 평등하나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의 다양성과 차이로 인해 사회적 직분에 있어서 계층적 차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는 오직 사람의 관점에서만 계층적일 뿐 신의 견지에 서는 계층적이기 보다는 유기체적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예를 들어 왕과 백성이나 남편과 아내가 외면적 구조상 주종 관계를 이루지만 내면적 활 동상 자발적 존중과 섬김의 협력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평등이란 모든 일에 대해 똑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 저마다의 재능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퀴나스는 누구나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개방적 평등의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