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저녁 7시에 산책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전지한 신이 존재한다. 전지한 그 신은 내가 오늘 저녁 7시에 산책할 것임을 틀림없이 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저녁 7시에 산책하는 일을 피할 수 없이 하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해, 내게는 오늘 저녁 7시에 산책하는 것 외 달리 할 수 있는 바가 없다. 따라서 내가 오늘 저녁 7시에 산책하는 것은 자유롭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사에 대한 신의 앎과 인간사의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형태의 논증을 “신학적 운명론”(Theological Fatalism)이라고 불러 보자. 본 논문의 목표는 신학적 운명론의 고전적 전거(Locus Classicus)인 『철학의 위안』 5권 3-6장을 해석하는 한 가지 방식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한 “보에티우스적 해법”(Boethian Solution)은 신이 ‘미리’ 아는 것을 부정하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5권 6장에서 제시되는 바, 신은 시간적인 것과 달리 영원한 존재자라는 영원론이 그 해석의 근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에티우스 자신의 해법은 5권 6장 영원론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품은 “기술 논변”과 “인식 양태 논변”과 “조건 필연성” 개념을 모두 문제의 해법으로서 아우른다. 본 논문은 이 모든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고려할 경우에만 보에티우스적 해법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에티우스적 해법은, 단지 신이 미리 아는 것을 부정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