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남부의 소도시 구레에서는 2005년 해사역사과학관이라는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이 박물관은 별칭으로 야마토뮤지엄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태평양전쟁에서 활동했던 군함 야마토를 중심으로 하는 전쟁기억을 되살려 지역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지역정치의 산물이다. 이 박물관의 설립과정은 한편으로는 일본의 풀뿌리 보수주의의 전개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태평양전쟁에서의 피폭, 전재(戰災)라는 역사적 경험을 내세우면서 평화를 고수하려는 흐름간의 경합과 갈등,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논문은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는 히로시마의 평화를 재고하기 위해서 바다로부터 히로시마만(灣)을 바라보는 시각을 채택하여, 구레의 전쟁기억의 재현의 정치를 분석하였다. 지역사회의 박물관 건립프로젝트는 패전 후 한 세대가 지나면서 전쟁의 직접체험 세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로, 전쟁에 대한 기념산업은 지역사회 내부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의식・무의식적 기억에 의존하지만, 사회교육적 동기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경제적 동기가 결합하여 역사적 경험의 자원화를 향한 열망을 자극한다. 구레의 경우, 서로 다른 세 가지 구상으로 나타났으며, 평화주의나 기술중 심주의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군사주의에 가까운 구상이 시장의 리더십에 의해 실현되었다. 이 과정을 좀더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전쟁이라는 역사적 체험은 쉽게 망각되지 않으며 그것은 우경화의 자원이 되기도 ...